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이케시아가 있던 곳 (문단 편집) == 3막 == ||우리는 무너져 버린 도시 성벽 앞 완만한 경사지에 정렬했다. 천 년도 전에 태양 여제가 성벽을 무너뜨린 이후, 슈리마는 우리가 그 잔해에 손도 대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했다. 우리가 그 옛날 철저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두고두고 상기시키려는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석공, 일꾼, 마법사 무리가 갓 잘라낸 화강암을 다듬고, 마법을 불어넣은 기계로 들어올리고, 차곡차곡 쌓아가며 성벽을 재건하고 있었다. 벽이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부심이 느껴졌다. 지금 바로 내 눈앞에서 영광의 이케시아가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욱 인상적인 장면은 이케시아로 이어지는 흙벽돌 도로를 가로질러 늘어선 군대였다. 삶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도끼, 곡괭이, 창 같은 무기를 쥔, 만 명에 달하는 남자와 여자들이었다. 반란을 일으킨 그날부터 대장장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과 방패, 화살촉을 만들었지만, 태양 황제가 우리의 봉기를 주시하고 그의 군대가 동쪽으로 행군해 도착하는 이날까지도 무장은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금지된 문서에서 고대 이케시아 군대를 묘사한 그림을 본 적이 있다. 금빛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용감한 전사들이 밀집 대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지금의 우리 군대는 그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긍지만은 고대의 전사들 못지않았다. 군대 양쪽 옆구리에는 온몸이 비늘과 깃털로 덮인 탈론에 올라탄 2천 명의 병사가 배치되었다. 탈론들은 날카로운 발톱이 난 발로 연신 땅을 후벼파며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우리보다 약 15미터 앞에는 궁수 천 명이 길게 두 줄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들 앞 부드러운 흙에는 파란색 깃을 단 화살들이 꽂혀 있었다. 우리 군세 다수를 차지하는 보병은 3개 부대로 나뉘어 대열을 형성, 수백 년 동안이나 우리를 억압한 자들에 맞설 용기의 방벽이 되어주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대지에서 끌어낸 에너지가 공중에 서린 채 파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리 군대를 감싸고 있었다. 슈리마도 분명 마법사들을 데려오겠지만, 우리의 마법으로도 저들의 힘에 맞설 수 있을 것이었다. “전사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봐요.” 내가 말했다. 콜그림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평생 처음 보는 광경인데.” “너무 감탄할 것 없어.” 사이작스가 말했다. “태양 황제는 다섯 군대를 거느리고 있지. 그중에 제일 수가 적은 군대가 오더라도 우리 머릿수의 세 배는 될 거야.” 나는 그렇게 병사가 많은 군대는 과연 어떤 위용일지 상상해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 정도 군대를 어떻게 격파하죠?” 나는 물었다. 사이작스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네모반듯하게 다듬은 화강암을 쌓아 만든 계단형 피라미드 쪽으로 코하리를 인솔했다. 슈리마인의 시체들을 나무 말뚝에 찔러 그 앞에 버려두었기에, 썩은 고기를 먹는 새 무리가 주변 하늘에서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진홍빛과 쪽빛의 실크 천막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로브를 차려입은 사제들이 천막을 둘러싸고, 별 금속 지팡이로 허공에 복잡한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사제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끝없이 뭔가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마치 벌 한 무리가 내 두개골 속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는 것 같았다. 천막의 외곽선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잔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눈이 아파오며 눈물이 나는 바람에 나는 시선을 돌렸다. 잇몸이 느슨해지며 치아가 한꺼번에 당장이라도 빠질 듯 흔들렸다. 입안에 시큼한 우유 맛이 감돌았다. 나는 한바탕 구역질을 하고 손등으로 입술을 쓱 닦았다. 손등에 피가 묻어난 것을 보고 놀랐고, 불안감이 왈칵 일었다. “저건 대체 뭐죠?” 내가 물었다. “저 안에 뭐가 있는 건가요?” 사이작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새로운 무기라고 들었어. 전에 사아베라에서 지진이 났잖아? 그때 땅밑 깊은 곳에서 마법사들이 찾아냈다나 봐.” “무슨 무기인데요?” “그게 뭐 중요해?” 콜그림이 말했다. “저들 말로는 황금 갑옷을 입은 똥덩어리들을 이 세계에서 아예 없애버릴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우리보다 세 배나 많은 신성전사가 와도 쓸어버릴 수 있겠지.” 태양은 거의 중천에 다다랐지만, 냉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입이 갑자기 바짝 말랐다. 손끝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게 공포심이란 건가? 그럴지도. 어쩌면, 그야말로 어쩌면이겠지만, 예감이란 건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슈리마 군대가 들이닥쳤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